근 두달만에 토마토(방울토마토)가 익기 시작했다.
열매는 많지 않고 키만 쑥쑥 자라는 토마토가 불만이었지만,
수십년간 농사를 지으신 아버님의 조언대로 따뜻하다고만 되는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릴때의 비닐하우스도
환기를 시키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아무튼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태균이를 시켜서 땄다.
태균이는 토요일 저녁에 몇개를 따서 먹다가
마지막 하나를 남겨두고는 입에 넣었다 뱉었다를 반복하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나머지를 일요일에 마저 수확한 것이다.
태균이는 그 고사리손으로 정확하게 빨간 토마토만을 골라냈다.
하나만 맛보고는 아까워서 모두 태균이가 먹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만큼 맛있는 토마토였다.
내 손으로 키우고 거두어 먹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같은 토마토라도
우리 태균이가 물주기를 미치도록 좋아했고,
손가락질을 하며 수십번을 토마토라고 불러주어
더욱 맛있는 토마토로 자란 것 같다.
지금도 푸릇푸릇한 토마토가 있고
빨갛게 익기 시작한 토마토가 있다.
태균이의 토마토를 수확하는 즐거움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
토마토를 따고 나서 태균이 왈(曰)
"까주세요"
은진이는 설마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지만 나는 조금 놀랐다.
작년에 태균이는 토마토 껍질을 일일이 벗겨서 먹었다.
껍질이 좀 두꺼워서 몇개를 벗겨주었더니
결국 그해 열린 모든 토마토를 그렇게 벗겨서 먹었다.
은진이는 모든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먹으니 그렇다지만
나는 태균이가 토마토 껍질을 벗겨달라고 하는 순간,
토마토를 내밀며 껍질을 벗겨 달라고 했던 작년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아무튼 이번 토마토는 껍질도 얇고 당도도 높은 맛난 토마토로 자라주어 고맙다.
그리고 무는 절대로 키우지 않으리라.
으~~~~ 그 좁쌀만한 벌레들....(1,000마리도 넘는)
모두 뽑아서 버렸다.
2005. 6. 1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