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바꾸면서
2014-07-03 22:41

우리의 첫 카메라는 쿨픽스 5700.

2003년에 130만원에 구입했던 제품이다.
태균이가 1월에 태어나고 두어달을 고민하다 구입했는데
태균이가 태어나기 전에 구입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태균이의 첫 두달간의 사진이 많지않다.

가끔 이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촛점 잡는 소리가 잡음처럼 같이 들린다.
해상도가 낮아 조그마한 창에 재생되는 영상이지만
민균이는 영상 속의 주인공이 형이 아닌 '나'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럼 우린 그냥 웃고 만다.
정말 카메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찍어댄 사진도 많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사진은 이녀석과 함께 한 것들이다.
아무튼 이녀석은 3년 동안 태균이의 소중한 모습을 36,228번 담아 주었고
외에도 태균이의 생생한 웃음소리와 엄마아빠라고 소리지르는 소중한 동영상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내 남동생에게로 갔다.

2003. 3. 15 ~ 2006. 3. 19
36,228장 촬영.
하루평균 32.9장을 기록해 주었다.


우리의 두번째 카메라, 첫 DSLR, D70S.

이녀석을 구입하고 은진이에게 더 이상 카메라의 교환은 없다고 했다.
태균이의 웃는 모습 뒤로 아웃포커싱된 배경을 보고
역시 'DSLR카메라' 라고 좋아했던 순간이 있었다.
쿨픽스 5700의 영향때문에 ISO는 거의 100에 고정되어 있었다.
조리개 우선 모드로 고정해서 어두워서 사진이 흔들리더라도
한두장의 좋은 사진만 건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번들렌즈로도 크게 아쉬움이 없어 85mm 단렌즈를 하나 추가했을 뿐이다.

민균이가 태어나도 이녀석만으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었지만
2012년에 은진이가 하와이 여행을 하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은진이는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 때문에 이녀석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우리의 세번째 카메라, SONY NEX5R

2008년에 1,000만 화소가 넘는 작티를 구입했지만
그녀석은 동영상을 주로 촬영했기에
이 D70S 녀석이 우리집의 부동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고화소의 작은 미러리스가 우리에게 오면서
85mm 단렌즈만을 장착한 실외 전용 카메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크롭바디인 이녀석에게 장착된 85mm는 실내 촬영을 불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잊혀져가던 이녀석은 태균이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면서
다시 메인으로 떠올랐다.
80~200mm 망원렌즈를 장착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그러나 그러한 위풍당당함도 잠시
이녀석에게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불만, 624만 화소.
왠만한 휴대폰 카메라가 1,000만 화소를 넘어선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경주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를 80~200mm를 장착한 이녀석과 함께 하며
새로운 카메라를 꿈꾼다.
더이상의 기변은 없을 것이라 했던 나의 호언장담은 7년만에 변심한다.

4번째 카메라가 우리에게 오고나서 이녀석은 책꽂이 상단의 한구석에 자리잡는다.
4번째 카메라에 푹~ 빠져 지내다 우연히
이녀석에게 장착되었던 메모리카드를 확인하고
7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기억해준
녀석의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다.
정품이지만 정품 등록도 하지않았고, 제대로된 정비 한번 해주지 않았지만
녀석은 고장한번 없이 우리가 필요로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기록해 주었다.




DSC_8281.
이것은 이녀석이 마지막으로 기록한 사진의 번호이다.
앞서 38,280장의 기록도 이녀석의 선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녀석이 마지막으로 기록한 사진은
둘째아들 민균이의 우는 모습이다.
엄마에게 혼나고 아빠를 애타게 찾지만 카메라를 들이댄 무정한 아빠이다.
한달이 넘게 방치되다 발견된 9장의 사진 중 마지막 사진.
이 사진때문에
우리의 첫 DSLR, D70S에 대한 기억은 고마움과 미안함도 함께 할 것 같다.

2006. 3. 21 ~2014. 1. 28.
38,281장
하루평균 13.3장을 기록해 주었다.


우리의 네번째 카메라, 풀프레임 DSLR, D800.
우리집에서 TV와 냉장고 다음으로 비싼 놈이다.





DSC_0001
이것은 D800으로 촬영한 첫번째 사진의 번호다.
밤새 메뉴얼을 숙지하며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첫번째 사진은 이녀석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미러리스 NEX 5R를 사용하면서 느낀 작고 간편한 카메라의 매력은 잠시.
NEX 5R을 구입한지 1년만에 콤팩트한 DSLR로 2~3주 고민하다 덜컥 D800으로 급 변심.
표준줌까지 구입하기에는 너무 벅차 50mm단렌즈를 구입.

이녀석이 우리에게 오면서 NEX 5R은 거실장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아 애착이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태균이에게 이제 이것은 '너의 카메라다'라고 했다.
이것은 미처 싹트지 못한 애정을 나의 아들 태균이가 채워주리라는 생각때문이다.
실제로 태균이는 뜻하지 않은 찰라의 순간에 '아빠! 카메라! 카메라!'라며 이녀석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새 카메라 때문에 오랜만에 순간순간이 흥분의 연속이다.
D800아, 함께 좋은 추억과 행복한 모습을 담아가자.
201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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